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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방송 전면 디지털 전환 ‘비상’

등록일 2011-04-13 작성자 김수나 조회수 3061
2012년 12월 31일 새벽 4시를 기해 아날로그 지상파 방송을 전면 중단하고 디지털로 전환하려는 정부의 계획에 빨간 불이 켜졌다.

지난 해 울진, 강진, 단양 지역에서 실시된 디지털 전환 시범 사업의 성과가 좋지 않은 데다, 최근 한나라당의 새해 예산안 단독 처리 과정에서 내년 예산도 42억3천만원이나 줄었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부터 시도별 지원센터를 본격 가동해 디지털 전환에 가속도를 내려던 방통위 계획이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 이에 따라 2012년 실시 예정인 대통령 선거때 방송의 디지털 전환 문제가 정치적인 쟁점이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4일 한국방송학회가 지상파방송사를 회원사로 하는 한국방송협회와 공동으로 주최한 '지상파 방송 디지털 전환 정책의 평가와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서 학계 전문가들은 이같이 걱정하면서, 디지털전환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시범사업 효과 적어…유료방송의 디지털전환과 함께 가야

방통위의 디지털 전환 시범 사업이 지역 및 대상자 선정과 인지 및 홍보 전략 등에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국민 중 10%만 지상파를 직접 수신하는 상황에서 일부 소수 계층이 아닌, 유료방송을 포함한 전 국민의 디지털 전환 정책으로 가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김경환 상지대 교수는 "울진과 강진은 농어촌 지역이라 지역 구성에서 차이가 없어 시범사업 결과를 제주도에 직접 적용하기 어렵다"면서 "디지털전환추진협의회를 만들었지만 정통부 해체 이후 우체국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아 각 지역의 시청자지원센터 역량에 따라 지역간 평가나 만족도가 달라지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시범사업은 10%도 안되는 지상파 직접 수신세대에 집중했는데 이는 전략이 잘못된 것"이라면서 "서울에 있는 자식들이 가입해 준 유료방송을 보는 노인분들은 유료방송에서 넘어올 수 없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동윤 대구대 교수는 "지금까지 디지털 전환 시범사업에 쓴 돈이 90억 정도인데, 정책의 대상은 전체 방송시청가구중 직접 지상파를 수신하는 10%에서 저소득층에 집중돼 있었다"면서 "차라리 복잡하게 하지 말고 지원 예산의 총액을 n분의 1로 해서 지원 대상에게 보급형 디지털TV를 지원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유료방송 가입자 중 다수는 다채널 때문이 아니라 난시청으로 못보는 지상파 방송을 보려고 유료방송에 가입한다"며 "지상파 디지털 전환이 완료되면 상당수 유료방송 가입자들이 직접 수신세대가 될 텐데 이 때 유료방송사들이 여러가지 문제를 게기할 가능성이 많다. 국가 정책이 결국 지상파만 돕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내년 예산도 줄여...내년도 본사업 총체적 위기

내년도 디지털 전환 정책이 위기에 몰린 것은 예산이 줄어든 이유도 있다.

방통위가 저소득층 지원 예산으로 요구한 것은 300억 남짓인데, 기획재정부가 이 예산을 103억원 대로 줄인 것. 그래서 국회 문방위 여야 위원들이 계수조정을 통해 42억3천만원 정도 예산을 늘려줬지만, 이마저도 얼마전 한나라당의 새해 예산안 긴급 단독처리 과정에서 무산됐다.

한국전파진흥협회 안임준 박사는 "시범사업이 문제라는 이야기가 많은데, 그래도 예산은 충분했다"면서 "하지만 내년부터 본격화될 본 사업은 예산도 넉넉하지 않아 걱정이며, 해외 사례와 비교시 우리나라의 취약 계층 지원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안 박사는 "유료방송가입 가구에 대한 지원에 있어서도 원래 올 초 계획에는 기초생활수급권자는 모두 지원한다고 공개했다가 (예산문제로) 기초생활수급권자라도 직접 수신가구만 지원하게 됐다"면서 "적어도 기초생활수급권자는 유료방송 가입 가구여도 모두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으로 수혜가 예상되는 국내 가전 업체에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안임준 박사는 "외국은 디지털 컨버터 등을 슈퍼마켓에서도 살 수 있게 돼 있는데 우리나라는 구하기 어렵다"면서 "디지털 전환의 가장 큰 수혜자인 가전사가 소형 DTV 시장에 참여해 줬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