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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트 시대, 탈근대적 저널리즘을 위한 올바른 수용자상 (대구대 김동윤 교수)

등록일 2011-04-13 작성자 김수나 조회수 9823

트위트 시대, 탈근대적 저널리즘을 위한 올바른 수용자상

김동윤(대구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디지털 미디어의 확산과 보편화, 그리고 그로 말미암은 파급효과가 가히 전방위적이다. 가정이나 직장, 학교와 건강관리, 우정과 여가, 심지어 정치에 이르기까지 디지털이 개입하지 않는 영역이 없다. 신문과 방송 중심의 매스 커뮤니케이션 양식이 인터넷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정보 전달 중심의 의사소통 패러다임이 정보 공유 혹은 참여적 패러다임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로 말미암아 보고 듣는 의사소통보다는 말하고 참여하는 의사소통이 강조되고, 외우고 암기해서 재현하는 능력이 중시되는 시대에서 느끼고 상상하며 창의하는 능력이 강조되는 시대로 감각 체계의 전면적인 변화가 수반되고 있다.

  뉴미디어의 등장에 따른 콘텐츠 이용방식의 다변화는 탈근대성이라는 개념으로 요약될 수 있다. 탈근대성의 개념을 규정하는 기준과 방식은 맥락이나 목적에 따라 매우 다양하지만, 그 핵심은 시간과 공간의 변형가능성이다. 통신 기술로 인한 공간과 시간의 분리가 동시성의 경험을 동일한 장소라는 공간적 조건과 분리시켜 놓은 결과일 것이다. 모바일 미디어, 호모 모빌리쿠스, 모바일 인터페이스와 같은 개념이 오늘날의 미디어 이용 패턴의 탈근대성뿐만 아니라 저널리즘 수용의 탈근대성을 증폭시키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탈근대적 디지털 미디어의 다양한 기술적 기반이 되고 있는 상호연결성, 정보의 데이터베이스화, 탈중심성 혹은 분권성, 멀티미디어성, 링크와 하이퍼 텍스트성은 전통적 저널리즘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방식의 뉴스 수용을 강요하고 있다.

  최근 뉴스 콘텐츠를 소비하는 경로 가운데 트위터가 새로운 기능성 플랫폼으로 각광받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ite, SNS)로서 2006년 10월 처음으로 서비스 제공을 시작한 트위터는 최근 파워블로거들 사이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터페이스다. 2010년 상반기 현재 미국의 트위터 회원 수는 약 3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확산 속도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트워터 플랫폼은 이용자가 수신 동의자에 한하여 자신의 근황을 140자 이내의 단문의 메시지로 가공하여 송신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기존 블로그에 이와 같은 문자 서비스 기능을 추가했다는 의미에서 마이크로 블로깅(micro blogging) 혹은 미니블로그(miniblog)로 불리기도 한다. 단순하게 보면, 메신저를 비롯하여 싸이월드나 페이스북에서 제공하는 기능과 크게 다를 것이 없지만, 다양한 웹사이트와 이동전화 단말기를 매개로 하여 트위터에 글을 올리거나 볼 수도 있음으로써 디지털 미디어의 탈근대적 속성이 상호 융합되어 있는 최첨단 의사사통 구조를 보이고 있다.

  블로그의 축소판으로서 트위터가 어떤 쟁점에 대한 뉴스 전문을 모두 담아내기 어렵다는 한계는 있지만, 단문 문자서비스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함으로써 뉴스의 확산과 유통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지고 있다. 최근 들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저널리스트와 정치인들이 트위터의 탁월한 접근성과 편리성에 매료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저널리스트 트워터러(twitterer)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또한 전 세계에 편재하고 있는 트위터러는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는 다양하고 최신의 정보를 전파함으로써 정보 전달의 속보성을 획득할 수 있게 된다. 이 와중에 만약 그 트워터러가 파워블로거라면, 그들이 쏟아내는 정보와 뉴스는 형식과 내용, 그리고 심층성과 전문성 차원에서 기성 저널리즘에서 보거나 기대하지 못했던 참신한 것일 수도 있다.

  스마트폰의 가세와 확산에 맞추어 앞으로 더욱 점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트위트 시대 저널리즘을 올바르게 수용하는 방식은 다양하겠지만,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요소는 트위트 시대 뉴저널리즘 환경 하에서 능동적인 수용자상을 확보하기 위하여 포기할 수 없는 덕목이 될 것이다.

   첫째, 시공을 초월한 유목민적 뉴스소비에 익숙해 져야 한다. 디지털 기술의 고도화는 정보 생산과 소비의 시간성과 공간성을 극복하는 방향으로 발전되어 왔다. 이는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뉴스를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는 기회의 확장을 의미한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디지털 기기의 압축적인 전송 능력의 향상은 다채로운 저널리즘 채널과 콘텐츠를 구성할 수 있도록 만들었으며, 이에 따라 수용자의 뉴스 수용이 한층 더 세분화되고 전문화되었다. 아날로그 시대의 희소한 주파수와 제한된 채널에서 오는 뉴스 생산과 소비는 이제 옛말이 되었으며, 이에 따라 개인의 욕구와 필요에 따른 전문화되고 세분화된 뉴스 수용이 대세를 이루게 되었다. 시공을 초월한 디지털 저널리즘 수용은 저널리스트에게 뉴스룸이나 출입처 중심의 오프라인 취재공간에서 벗어나 온, 오프라인 상의 수많은 독자나 집단과의 직, 간접적 만남이나 접촉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나아가 정보원과의 유기적인 연락망을 구축함으로써 상호작용성의 기회를 획기적으로 증가시켰다. 취재원과의 일상적인 접촉과 만남의 기회를 통하여 획득하게 되는 다양한 피드백은 높은 정확성과 깊이 있는 보도를 가능하게 해줌으로써 기사의 품질을 향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둘째, 멀티미디어 이용능력의 향상을 요구하고 있다. 미디어 융합은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영원한 화두다. 새로운 미디어가 나올 때마다 그 미디어를 기존의 어떤 미디어와 기술이나 네트워크, 그리고 콘텐츠와 융합할 것이냐에 따라 미디어 기술 자체의 성패는 물론 그 파급효과도 결정되고 있다. 개별 매체가 단수의 미디어적 기능을 수행했던 아날로그 시대와 달리, 디지털 시대 미디어는 플랫폼과 콘텐츠가 융합되고, 이것이 다시 엄청나게 세분화된 네트워크를 통하여 유통된다. 전통적 의미의 텔레비전도 더 이상 음성과 영상 위주의 방송 콘텐츠만을 전송하는 단세포적인 기기가 아니다. 이메일과 정보검색은 물론 홈 네트워크와 전자상거래가 가능하게 됨으로써 소위 복합 미디어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디지털 환경은 유무선의 단말기나 네트워크가 하나의 플랫폼 속에서 통합적으로 운용됨에 따라 수용자는 단일한 플랫폼이나 네트워크를 통해서라도 비슷하거나 이질적인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트위트 저널리즘은 독립적인 채널이나 미디어를 매개로 수용할 수 있었던 뉴스를 단일한 멀티미디어 플랫폼을 통해서 이용할 수 있게 만듦으로써 뉴스 수용과 소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셋째,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반응자로서의 뉴스 수용이 강조된다. 디지털 미디어가 그 이용자에게 제공해주는 최대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의사소통의 쌍방향성 혹은 상호작용성이라 할 수 있다. 뉴스 수집자의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달받던 전통적 저널리즘 시대와 달리, 디지털 저널리즘은 저널리스트가 생산한 기사에 대하여 댓글 형식이나 해당 저널리스트 개인 메일 계정을 활용하여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을 추가하거나 반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이러한 디지털의 기술적 혜택으로 말미암아 뉴스 수용자는 단순히 뉴스를 소비하는 입장에만 머물지 않고, 이와 유사한 다른 기사를 검색하거나 전문가의 의견을 찾아봄으로써 해당 쟁점에 대한 보다 폭넓고 정확한 수용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넷째, 식견 있는 비판자로서 뉴스 수용자의 입지가 강화되고 있다. 디지털 저널리즘 수용자들은 자신의 취향과 욕구를 정확히 알고 있으며, 자신만의 생활 주기를 가지고 미디어를 이용하거나 취미를 즐긴다.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시간적, 경제적 여력이 있는 이용자라면 누구라도 자신만의 채널 혹은 콘텐츠 레퍼토리를 가지고 있으며, 이와 같은 채널과 콘텐츠를 지극히 목적 지향적으로 활용한다. 이에 따라 디지털 저널리즘 수용자는 단순한 소비자로서의 위치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자신의 경험과 식견, 그리고 전문화되고 특성화된 취향을 바탕으로 뉴스를 소비하게 될 것이며, 따라서 뉴스 콘텐츠의 전문화가 중요한 의제로 등장하고 있다. 더불어디지털 저널리즘 수용자들은 저널리스트가 작성한 기사와 사적 개인이 작성한 경험이나 수필, 나아가 논리적인 글쓰기와 비교 평가함으로써 사안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정보의 디지털화와 그에 따른 개방성과 접근성이 디지털 미디어의 상호연결성과 결합함으로써 다양한 쟁점 공중들과 대화와 토론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의사소통의 다방향성을 구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섯째, 현실참여자로서의 공중상이 요구된다. 인터넷이 일상의 생활영역 내에서 굳건히 자리매김하면서 인터넷에 기반을 둔 시민운동이 일상화되어가고 있다. 온라인 시민운동은 사회정치적으로 관심이 집중된 이슈를 중심으로 인터넷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활동하는 사회공동체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게 되었고, 이는 기성 제도권에서 해결하지 못하거나 공론화하지 못한 쟁점을 부각하거나 공론화하는 대안적 시민 결사체이기도 하다. 사회정치적 쟁점이 저널리즘의 주요한 주제 내지는 소재라는 사실을 감안해 볼 때, 대부분의 뉴스 수용자는 우리 사회에서 쟁점이 되거나 논란이 되는 사건사고에 많은 관심을 가지기 마련이다. 디지털 저널리즘 수용자들은 사회정치적 쟁점에 대한 의제 설정의 대상자로서가 아니라 논쟁이나 쟁점이 되고 있는 사안과 관련하여 의견이나 뜻을 같이 하는 당사자들과의 연대를 통하여 대안적 사회공동체를 형성하며, 이를 매개로 자신들의 바람이나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디지털’에 기술적 기반을 두는 디지털 저널리즘의 등장과 발전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점대다의 수직적, 일방향적 정보 전달을 특정 소수를 지향한 점대점의 수평적, 상호작용적 정보 교환으로 탈바꿈시킴으로써 뉴스 수용의 탈근대적 다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저널리즘에 대한 평가는 서로 상반된다. 한편에서는 디지털 저널리즘이 수용자의 정보 선택권을 확장함으로써 뉴스 복지의 실현에 기여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는 디지털 저널리즘이야말로 기성 언론 중심의 여론독과점을 완화할 수 있는 대안적 채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배어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디지털 저널리즘이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과 가치를 훼손시킨다고 주장한다. 디지털 저널리즘이 여론독과점을 해소하기는커녕 오히려 뉴스 소비의 개인화를 촉발시킴으로써 사회통합보다는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며, 기성 언론과의 충돌과 대립으로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여론공황의 시대에 건전하고 올바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수용자상이 강조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